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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끝에서 기다리던 크리드의 하이파이브

10년 전쯤 사촌한테서 크리드라는 강아지를 입양함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늘 나를 유난히 좋아하고 거의 스스로 나를 자기 사람으로 정한 것 같았음

당시 사촌은 학교랑 직장 다니기 편하도록 우리 엄마랑 같이 살고 있었는데 나도 아파트 계약 끝나서 몇 달 뒤에 그 집으로 들어감 몇 달 뒤 1년간 해외 나갈 예정이었고 새로 임대 계약 시작하고 싶지도 않아서

그때부터 크리드는 나랑 아주 가까워졌어 내가 떠날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나랑 함께 보냈거든 해외 나가 있는 동안 엄마가 사진 보내오는데 크리드는 내 방에서 이틀 동안이나 나오지 않았다고 했어

1년 뒤 돌아와 보니 사촌은 크리드 돌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어. 게다가 사촌은 당시 남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었고, 나에게 크리드 데려갈 수 있겠냐고 물었어. 나는 그러겠다고 했고, 크리드는 곧 내 단짝이 되었지.

문제의 시작은 이랬어. 난 지하실에서 계단 올라올 때마다 크리드한테 손 내밀어서 앞발 잡아주는 것부터 시작했어. 실제로는 악수라기보단 하이파이브에 가까운 거였음 크리드는 손바닥에 발을 살짝 갖다 대기만 했음

어느 날 휴대폰을 보다가 계단을 올라가느라 그 동작을 못 했더니, 내가 계단 중간에 멈춰 아래를 내려다보니까 크리드가 필사적으로 앞발 내밀고 바닥을 거의 발로 구르다시피 하며 내가 같은 동작을 해주길 기다리고 있더라

내가 의도치 않게 크리드한테 저걸 안 하면 안 되는 걸 가르친 거였네 ㅋㅋㅋ 그 뒤로는 내가 계단을 올라올 때마다 크리드가 꼭 위에서 내가 알아챌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음 내 양손에 물건 가득할 때도 손 대신 팔꿈치나 발을 내밀어서 하이파이브 해주고

그리고 오늘 얘기를 하게 됐네 크리드가 어제 세상을 떠나버렸지 10년을 함께한 가장 친한 친구에게 작별인사 하는 일은 너무 괴로웠어 좋은 삶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 강아지였지만, 난 아직도 맘이 무너져 있네

오늘 조금 전에도 계단 올라오면서 휴대폰 보고 있었는데, 계단 꼭대기에서 멈춰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어. 난 아무 생각 없이 다른 한 손을 내밀고 있었어. 이제는 그곳에 없는 친구를 향해서

그 사실을 깨닫고 다시 소파에서 엉엉 울고 있다. 내가 우연히 만든 이 사소한 습관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 일상에 깊이 자리 잡았고, 이제는 사라져 버렸다. 크리드는 다시는 계단 꼭대기에서 나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난 앞으로 계단 올 때마다 저 일 생각나게 될 것 같네

요약: 계단 올라갈 때마다 하이파이브 하라고 우연히 강아지 훈련시켜 놨더니 이제 크리드 떠나고 나니 계단 올라갈 때마다 그 의식 생각나더라

댓글

니가 크리드한테 묘기 가르친 게 아니야. 니가 크리드한테 의식을 가르쳐준 거야. 이제 니 손은 이미 알고 있는데 머리가 아직 그걸 따라가지 못한 듯

크리드는 당신에게 하이파이브를 남기지 않은 게 아님. 이제 당신이 그 계단을 오를 때마다 크리드가 함께 있다는 걸 잊지 않게 한 거임

난 울고 있지 않아~ 님이 울고 있는 거야~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크리드는 분명 특별한 강아지였을 거예요. 두 분이 함께 만든 일상이 정말 아름답네요.

걔네는 우리를 사랑하고, 언젠가는 우리 곁을 떠나버림. 근데 기쁨과 애정으로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크리드, 너 진짜 좋은 아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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