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우 오는 밤에 무서웠다고 10년 키운 개를 쏴버린 할머니 때문에 나만 예민한 사람 취급받는 중임
썰 푼다. 이거 아직도 생각하면 진짜 속 뒤집힘.
우리 할머니가 80대 초반인데 원래는 연세 치고 엄청 정정한 편이었음. 근데 최근 몇 년 사이에 확 달라졌음. 자꾸 깜빡하고, 말도 헷갈려 하고, 상황 판단도 좀 이상해졌음. 거기다 귀도 거의 안 들리고 한쪽 눈도 잘 안 보이는 상태임.
몇 주 전에 할머니 사는 동네에 비바람이 엄청 심하게 온 날이 있었음. 시골 외진 데 혼자 사셔서 그런 날씨 오면 더 무섭게 느끼는 편임. 그날 밤에 할머니가 잠도 거의 못 잤다고 함.
문제는 할머니가 키우던 강아지였음. 10년 넘게 같이 산 애인데 원래 순하고 사람 엄청 좋아하는 애였음. 근데 천둥번개 치니까 겁먹어서 할머니 옆에 딱 붙어 있었던 거임. 그냥 무서워서 안 떨어지려고 한 건데, 할머니는 그걸 공격성으로 받아들인 거임.
새벽 내내 엄마한테 전화하고 문자하면서 "얘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안 떨어진다" 이랬다고 함. 근데 엄마는 자고 있어서 그걸 바로 못 봤음. 그러다 새벽 5시 반쯤 할머니가 엄마한테 "이 개 쏴버릴 거다"라고 문자 보냈고, 엄마가 아침에 확인했을 땐 이미 끝난 뒤였음.
진짜 어이가 없는 게 그 강아지는 누구 문 적도 없고, 으르렁댄 적도 없고, 달려든 적도 없음. 그냥 폭풍 때문에 무서워서 옆에 붙어 있었던 게 다임. 나중에 가족들이 할머니한테 대체 뭘 해서 공격적이라고 느낀 거냐고 물었는데, 돌아온 답이 "자꾸 내 옆에 있으려고 했다" 이거였음. 진짜 그게 끝임.
나도 그 강아지랑 많이 지냈어서 충격이 엄청 컸음. 공식적으로는 할머니 개였지만 나한테도 엄청 친했고, 맨날 꼬리 흔들고 사람 보면 좋아하던 애였음. 그런 애가 그렇게 갔다는 게 너무 허망했음.
근데 몇 달 지나고 가족들이 할머니 댁에 다 같이 가자는 얘기를 꺼낸 거임. 나는 당연히 싫다고 했음. 솔직히 말해서, 10년 키운 순한 개도 겁난다고 바로 죽여버리는 사람이면 난 그다음엔 뭘 할지 모르겠음. 무섭기도 하고, 솔직히 정이 완전히 떨어졌음.
그랬더니 가족들은 내가 너무 예민하다고 함. "그냥 겁 많고 늙은 노인네가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 거다" 이런 식으로 말함. 근데 나는 불안장애도 있는데, 그렇다고 무섭고 스트레스받는다고 동물을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음.
내 생각엔 가족들이 다 같이 현실 회피하는 중임. 할머니 상태가 예전 같지 않고, 판단력도 많이 떨어졌다는 걸 다들 어렴풋이 아는데, 누구 하나 모시고 살기도 싫고 요양원 알아보기도 싫으니까 그냥 "괜찮다", "실수였다" 하고 넘기려는 느낌임.
근데 나는 그게 더 무서움. 개 한 마리 일로 끝날 문제가 아닌 것 같아서 그 집에 가기 싫은 건데, 나만 나쁜 손녀 취급받는 중임.
솔직히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다들 너무 심각한 일을 심각하게 안 보는 거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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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