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가 보이지 않는 객실을 찾던 손님
마지막으로 글 올리고 꽤 시간이 지났는데 그만큼 일은 비교적 순조로웠다는 얘기임. 가을이라 바쁘긴 했지만 좋은 의미로 바쁘고 크게 불평할 일 없었음 가끔 괜찮은 손님들도 있었지만
오늘은 유난히 한산했어 체크인 세 건뿐이었는데 근무 시작하고 계속 전화가 이어짐
가장 최근에 받은 전화는 전화 끊고 나서도 속이 묘하게 불편했던 기억이..
“안녕하세요. 자쿠지가 사적인 공간인지 알고 싶어요.”
3년 동안 여기서 일하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질문이었는데 첫 번째 이상 신호였음
“어… 수영장 옆에 모든 투숙객이 이용할 수 있는 공용 자쿠지가 있는데요. 객실 안에 자쿠지가 있는 방을 예약하시려는 건가요?”
“네.”
전화로 자쿠지 객실을 예약하려는 손님들이 이상한 경우가 많았는데, 다른 손님들보다 문제 생기는 경우도 많았음. 두 번째 이상 신호였음
“근데 그 객실들은 사적인 공간인가요?”
이 질문도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세 번째 이상 신호였음 만화처럼 머리 위에 물음표가 둥둥 떠있는 장면이 떠올랐음
“어… 그러니까, 손님께서 말씀하시는 ‘사적인’ 공간이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누가 객실 안에 있는 제 아내를 볼 수 있나요?”
머리 위의 물음표가 더 늘어난 것 같네
“어… 커튼 치면 그렇지는 않을 텐데요?”
“확실합니까? 확신이 없어 보이는데요. 아무도 제 아내를 볼 수 없다는 걸 확실히 알아야죠.”
“음.. 제가 밖으로 나가서 창문을 통해 보이는지 직접 확인해 본 적은 없지만 보통은 커튼 치면 괜찮아요.”
“보통은요? 저는 확답이 필요합니다. 제 아내가 스카프도 쓰고 있고, 객실 밖에서 아무도 아내를 안 볼 수 있다는 걸 확인해야죠. 복도에서는 자쿠지가 보입니까? 벽이 유리로 되어 있나요?”
네 번째 이상 신호였음. 속이 묶인 듯한 느낌 점점 커짐. 머리 위 물음표들 이제 춤추며 잔치 벌이는 거 같음.
“어… 아니요. 객실 주변은 일반적인 벽으로 된 겁니다.”
“저 객실이 사적인 공간이라는 걸 확인해 주실 수 있나요?”
이쯤되면 이 손님은 차라리 여기 오지 말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손님께서 기대하시는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 같아서요. 저희가 그걸 만족시킬 수 있을지 확신이 안 가네요. 어쩌면 손님께서 원하시는 조건에는 저희 호텔이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요.”
“저는 객실이 사적인 공간인지, 그리고 객실 밖에서 자쿠지가 안 보이는지 알고 싶습니다.”
“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손님은 전화를 끊으시더군요
난 잠시 수화기를 손에 들고 벽을 바라보고 서 있었음
이 썰 평가하기
썰밀
댓글
근데 손님이 이상한 질문 한 건 맞는데 정확히 뭘 가지고 그러신 건지 모르겠네요. 속이 묶인 듯했다는 표현까지 쓸 이유가 있었나요?
항공 승무원으로 일할 때 Great Falls MT에서 경유 숙박한 적이 있는데 O'hare Motor Inn이라는 모텔에 묵었는데 수영장이 바에 바로 붙어 있던 기억이 나네요. 수영장 아래쪽에서 바 안으로 연결되는 창문도 있었고 수영장 구역에는 ‘바에 있는 손님들이 수영장 안의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문 붙어 있던 기억이 납니다.
인신매매 이런 것 같은데요..?
여자가 머리 스카프를 쓰거나 그거보다 더 빡센 복장을 해야 하고 남편 외에는 누구도 여자의 몸 일부를 볼 수 없다는 억압적인 종교를 믿는 남자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