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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미식축구 때문에 호텔에서 난동 부린 남자

저 21살 여자인데 19살 때 첫 번째로 호텔 체인 프런트 직원으로 일했던 적이 있어요. 호텔 이름은 여기서 ‘Vaction Inn’ 이라고 하겠습니다. 일 진짜 좋아했어요. 저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동료들도 늘 친절하셨고, 투숙객분들하고도 별다른 문제 없이 그날 밤까지 지냈어요.

제가 일하던 호텔은 텍사스의 아주 큰 대학 도시 안에 있었는데... 잘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 거 같아서... 텍사스에서는 대학 미식축구를 진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거 같아요. 사람들은 경기마다 큰 행사를 하고 파티를 했고, 호텔 직원들도 홈 경기 날 학교팀 유니폼을 입고 근무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시즌 중엔 경기 보러 전국 각지에서 온 손님들 예약이 계속 들어오던데요. 보통 금요일 밤에 묵고 토요일 아침에 경기장으로 가는 일정이었죠.

일어난 일은 대학 미식축구 시즌이 막 시작되는 시기에요. 각 팀 경기 일정이 발표되면 객실이 아주 빠르게 팔리던데, 경기장이 가까운 호텔부터 매진되더라고요. 저희 호텔은 평소 기준으로 경기장에서 약 25분 떨어져 있었는데, 당시 주변 모든 호텔이 매진된 가운데 저희 호텔만 객실이 남아 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거 잡아 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프런트에서 일하는데, 그날 도착 예정인 손님들의 예약을 확인하고 페이지를 새로고침하다가 15분쯤 전에 제3자 예약 사이트로 금요일, 토요일 숙박을 예약한 사람이 있는 걸 확인했어요. 로비는 몇 시간 동안 완전히 비어 있었고, 자정 무렵 한 남자가 십대 아들 둘을 데리고 들어오더라고요. 이 손님은 여기서는 D 씨라고 부르겠습니다.

D 씨는 제 관심을 끌려고 휘파람을 불고 손가락을 튕기고... 저는 인사하고 환영합니다~ 하고 말했더니 아무 말도 안 하고 휴대전화를 제 얼굴 앞에 내밀어 예약 확인 이메일을 보여주더군요. 예약자 이름을 묻자, 어머니에게 억지로 장 보러 가야 하는 아이처럼 한숨을 쉬더니 이름을 말해 버렸네요. 저는 예약을 불러오고 신분증과 신용카드를 요청했어요. 그가 체크인하는 동안 그의 표정에는 노골적인 짜증이 드러나더군요.

걔가 이 도시의 대학 로고가 있는 후드티를 입고 있는 게 보여서 경기 보러 온 거냐고 물었더니 고개도 안 들고 휴대폰을 보면서 “그럼 뭐 때문에 왔다고 생각해?”라고 말함. 저는 객실 키를 만들어서 건네려는데 또 휴대폰에서 눈을 안 떼고 있음. 그래서 키가 준비됐다고 말한 뒤, 그가 서 있는 맞은편 데스크 위에 키를 올려뒀던데요.

근데 얘는 한동안 그대로 서 있다가 여전히 휴대폰을 보면서 경기장이 여기서 얼마나 먼지 물어보더라고요. 저는 평소라면 차로 약 25분인데, 경기 보러 온 사람이면 교통 체증으로 45분에서 1시간 정도를 예상해야 하고, 주차할 곳을 찾는 데 15분에서 30분이 추가로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그러니까 얘는 제가 자기한테 음료를 끼얹고 차를 들이받기라도 한 것처럼 쳐다보더라고요.

걔는 바로 소리를 지르면서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일찍 일어나 경기장에 가라고 할 수 있냐고 따졌는데, 저는 경기 보러 오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교통 체증은 피할 수 없다고 차분히 설명했더니 관자놀이를 문지르면서 이번 경기가 얼마나 중요하고 전설적인 경기인지 계속 말하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여자라서 그런 걸 이해 못할 거라고요 ㅎㅎㅎ

저는 주변 다른 호텔에 빈 객실이 있는지 전화해 보겠다고 차분히 제안했더니 손을 휘저으며 “그렇게 해”라고 말하더군요. 예상했던 대로 주변 호텔은 다 만실이고 다른 호텔에도 빈방이 없다고 알려주니까 완전 폭발.

저는 D 씨가 저한테 쌍욕을 퍼붓기 시작하고, 이 경기의 중요성도 모르는 교양 없는 멍청한 여자라고 부르니까요. 저도 그때부터 화가 나기 시작했어요. 내가 대체 왜 땀에 젖은 대학생들이 가죽공을 던지는 걸 그토록 중요하게 여겨야 하나 싶었거든요.

근데 큰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 가본 사람이라면 행사장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막히는지 알 텐데, 대형 행사에 참석하면서 그 정도 교통 체증을 예상 안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되네 ㅋㅋ 어쨌든 한바탕 화를 낸 뒤 키를 낚아채서 호텔 팬트리 쪽으로 향했군.

그때 마침 제 삼촌이기도 한 총지배인이 프런트로 내려와서 상황을 확인하길래, 저는 “마지막 손님이 좀 까다로웠습니다”라고 말했어요. 총지배인이 “무슨 일인지 설명해 주세요”라고 하길래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얘기했습니다. 총지배인은 바로 열받았어요.

총지배인이 D 씨가 어떤 손님인지 궁금했는지 고객 기록을 뒤져 보고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아봤어요. D 씨는 총지배인이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예요. 총지배인이 자기가 D 씨와 같은 동네에서 자랐고, D 씨 부모님과 자기 부모님이 아주 가까운 사이라 그런 거라고 설명했어요.

이 사실을 알고 나니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요. 저는 D 씨가 프런트로 돌아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어요. 그가 다가오자마자 제 옆에 총지배인이 서 있는 걸 보고 D 씨의 태도가 완전 달라졌거든요.

D 씨는 총지배인한테 두 사람이 얼마나 오랫동안 못 만났냐, 서로 밀린 얘기를 나눠야지 이런 말을 꺼내더군요. 총지배인은 일단 그 분위기에 맞춰주더니 “우리 조카가 체크인은 해줬겠지?”라고 말했대요. 그러니까 D 씨는 방금 전까지 자기가 2분 넘게 소리를 지르고 쌍욕을 퍼부었던 19살 여자가 총지배인의 조카이자 자기 옛 친구의 조카라는 걸 깨닫더군요.

D 씨 얼굴에서 핏기가 다 빠지는 게 보였는데요. 총지배인이 자기가 D 씨가 저를 대하는 방식을 전부 들었다고 말하고, 그제야 D 씨는 내가 몰랐다고 중얼거리면서 갑자기 너무 미안하다는 태도를 보였어요. 총지배인은 앞으로 호텔 다른 직원들한테도 무례하고 깔보는 태도를 보인다면 더는 이곳에 머무를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D 씨는 다시 사과한 뒤 어색하게 방으로 걸어가더군요. 저 모습을 못 보게 되자 저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죠. 고객을 상대하는 직원에게 함부로 대하면 안 되는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로 써도 될 것 같아요. 실제로 어떤 사람이랑 마주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서요. 소리를 들으며 당한 건 불쾌했지만, 이런 즉각적인 결과를 직접 보는 것만큼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어요

댓글

부모님한테 일러바친 셈이네~ 이 얘기에서 제일 통쾌한 부분이네요

근데 아들이랑 둘이나 같이 온 성인이 정오나 오후 1시에 시작하는 미식축구경기에 맞춰서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고 이동도 못 한다는 건가요?

또 ‘몰랐어요’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군요 ㅋㅋㅋ 생활의 작은 조언 하나를 하자면, 이 문장이 ‘미안하다’는 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알고 있다면 그 사람한테는 어떤 일로도 사과 안 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런 사람은 지가 잘못했을 때 님한테 사과 안 할 테니까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면 고객 응대 직원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됨

제일 제대로 돌아온 인과응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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