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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전날, 나방 때문에 목을 베었다

결혼식 전날 밤, 평소 하던 준비를 하기로 했음. 얼굴, 목 솜털 정리하고 아주 날카로운 일자형 면도날로 정리하는 일. 평소엔 화장이 훨씬 깔끔하게 잘 먹는데, 심각한 수면부족과 그날 벌어질 혼란까지는 계산하지 못했음.

전날 밤엔 결혼식 긴장과 들뜨기 때문에 겨우 다섯 시간 정도를 끊어서 잤는데 금요일 하루는 차에 짐 싣고, 언덕에 있는 예식장까지 몇 시간씩 운전하고, 현장 설치하고, 예상치 못한 준비 문제 처리하고.. 정신없이 지나갔음. 그중에 이모가 닫힌 유리문을 열린 통로로 착각해서 전속력으로 머리 들이받은 일도 있었음

밤 11시쯤 겨우 욕실 들어가 피부 관리랑 준비할 생각했을 땐, 아드레날린과 현실감 상실로 버티고 있는 상태였음. 예식장은 자연으로 둘러싸인 느낌이고 누군가 작은 화장실 창문을 열어두는 모양이었는데 불을 켜서 방 안에서 나방이랑 모기랑 윙윙거리고 있음

다음날 오전 6시에 알람 맞춰 놓은 데다가 너무 지쳐서, 벌레 내보낼 생각도 포기하고 그냥 벌레들 피해 준비하자고 새 면도날 꺼내 목에 대고 면도 시작함

그때 마침 나방 한 마리가 양쪽 눈 사이로 곧장 날아들었는데 난 크게 움찔하면서 손에 힘을 주니까 면도날이 목을 베고 지나감

새 면도날 포장도 벗겨놓고 쓰고 있었어서 피가 즉시 세차게 쏟아져 나와 흰 티셔츠랑 도자기 세면대 다 피로 뒤덮였는데 화장실에 나 혼자 있었고 잠 거의 못 자서 어지러웠음 저렇게 피가 터지니까 바로 겁이 나기 시작했고, 거의 기절할 것 같았음

사람들에게 전화 걸어서... 모두 숙소 곳곳에서 준비를 하느라 아무도 못 받았음. 피 흘리면서 완전 겁에 질려 있었더니, 겨우 아버지랑 연락이 닿음. 아버지는 당시 잠들어 있었고, 난 비틀거리면서 아래층 본채로 내려가 모두가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

가족들이 상처를 압박해서 붕대를 대고 출혈을 멈췄는데 다행히 새 면도날에 베인 거라 출혈이 갑자기 더 심해져서 실제보다 훨씬 심해 보였던 것 같은데 응급실 갈 필요까지는 없었음

다음날 아침 결혼식 때 진한 컨실러로 상처 어느 정도 가린 것 같은데 공식 사진 찍을 때 상처가 보이면 사진작가가 수정해줄 수도 있고 머리카락으로 상처 가려주기도 했음 다만 너무 놀란 나머지 나머지 미용 준비 전부 포기해서 겨드랑이털 안 밀고 버진로드 걸었네 ㅋㅋㅋ 그래도 이틀 전에 한 번 정리해둔 상태였으니 더 심할 수도 있었겠지

돌이켜보면 나방 한 마리 때문에 결혼식 전날 밤 유서 한 장 남길 틈도 없이 실수로 스스로를 크게 다칠 뻔했던 게 아직도 끔찍함 다시는 일자형 면도날 쓰지 않기로

요약 : 결혼식 전날 밤 11시에 잠도 거의 못 잔 상태로 얼굴 솜털 정리하려고 나방이 얼굴로 날아들어 놀라서 새 면도날로 목 베고 피 사방 쏟아져서 패닉에 빠짐. 다음날은 상처 가리고 결혼식 진행했는데 겨드랑이털은 그대로. 그걸 계기로 일자형 면도날 영원히 그만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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