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와주려다 몇 주 동안 키운 피망을 망쳐버린 일
이거 벌어진 지 30분 정도 된 거 같은데 죄책감 때문에 숨 막힐 거 같아요
형제자매 중 한 사람이 최근 크게 다쳐서 한동안 목발 짚고 지내고 있는데, 그 사람이 여름 내내 뒷마당 텃밭을 가꿨대. 진짜 맘과 정성 다 쏟은 텃밭이었는데, 한쪽엔 주로 토마토, 다른 쪽엔 피망 심어 놨대
방금 전 난 뒷마당에서 뭔가 하다가 토마토 두 개 익어서 딸 때 된 걸 봤는데 가족 모두 익으면 따도 된다는 얘기 들은 상태라서 그냥 토마토 딴 건 아무 문제 아니었음
근데 반대편 보니까 크고 초록색인 피망 두 개 있었네 ㅋㅋㅋ 사실 가족한테는 이것들은 건드리지 말고 절대 따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와서 난 그 사실을 전혀 몰랐음. 난 텃밭은 여름 내내 이어졌고 이제 수확철도 끝나가는 시기라서, 난 이 피망들도 이제 거의 다 익었구나 했음
걔는 목발 짚고 있어서 일주일 넘게 밖에 나와 식물들 살피지도 못했는데 원예에 아무것도 모르는 나로서는 이런 생각을 했지. 와, 엄청 크네 이제 딸 때가 됐나 보네요. 다람쥐가 먹기 전에 안으로 가져와야겠죠. 본인이 확인 못 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피망을 따서 안으로 가져왔네요. 깜짝 선물해 주려던 거였네
진짜 큰일이네... 알고 보니 피망은 수확할 때가 되려면 아직 한참 남았었는데... 게다가 그 품종은 텃밭에 그것들밖에 없어서... 쟤는 몇 주 동안 피망이 자랄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네
피망 본 그 사람 완전 무너짐. 지금도 너무 큰 충격 받아서 계속 울고 있는데 안 달래짐. 난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고 내 무지와 어리석음으로 그 사람이 다친 뒤 유일하게 기쁨을 줄 일 망쳐 버림. 죄책감에 속이 메스껍네ㅋㅋ
원래 우리 관계도 꽤 껄끄러운 편이었는데 그래서 이번 일이 앞으로 오랫동안 우리 사이에서 큰 문제 될 거란 걸 이미 알고 있음
요약: 다친 형제자매가 아끼던 피망을 다람쥐한테서 '구해주려' 했는데 몇 주나 일찍 따버리고 지가 제일 아끼던 식물 망쳐 버림. 지금 쟤는 맘 무너져서 울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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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밀
댓글
지금은 상대가 당신의 죄책감 달래도록 만들지 마세요. 사과한 뒤 속상해할 시간을 주고, 텃밭 손대거나 대체할 식물 사기 전엔 먼저 물어봐야죠. 선의에서 나온 수습이라도 상대가 선택할 수 있게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