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세척기를 10년 넘게 쓰고도 필터를 몰랐던 일
나는 식기세척기 없는 집에서 자랐다. 성인이 돼서 집을 나간 뒤에야 처음 써봤고, 식기세척기가 있는 곳에서 산 지도 벌써 10년은 훨씬 넘었다.
그런데 그동안도 그릇이 아주 깨끗하게 나오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그냥 브랜드나 모델이 별로라서 그런가 보다 했다. 그래서 한 번 돌린 뒤에도 꽤 많은 그릇을 다시 손으로 조금씩 씻는 일을 늘 하게 됐다.
특히 커피 가루처럼 보이는 작은 마른 검은 점들이 여러 접시나 컵에 자주 붙어 있었다. 매번 그랬다. 세척을 끝내고 꺼내면서 하나씩 확인한 다음, 붙은 걸 솔로 털거나 물로 씻어냈다. 대부분은 그냥 바로 떨어졌고, 보통 접시나 유리컵 하나당 10개도 안 되는 정도였다.
짜증은 났지만, 나는 원래 이런 건 줄 알았다. 혼자 살고 외식도 많이 해서 사용량 자체가 엄청 많은 편은 아니었고, 세척기를 돌리기 전에는 큰 음식물 조각은 미리 헹궈내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주에 세척기 아래쪽 부품 일부가 헐거워져서 빙글빙글 도는 부분을 막고 있었다. 그래서 안에 있는 걸 다 꺼내다가, 그 음식물 찌꺼기 트랩을 발견했다. 거기엔 몇 년치는 됐을 온갖 더러운 게 가득 차 있었다.
구역질을 참고 그걸 아주 꼼꼼히 청소했다. 분리되는 부품은 전부 빼서 닦았는데, 몇몇 부분에는 정말 역한 찌꺼기가 많이 쌓여 있었다. 식기세척기는 안에 있는 걸 다 씻어주니까, 나는 그 기계 자체도 자동으로 깨끗해지는 줄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 같다.
그 뒤로 돌린 세척은 전부 흠잡을 데 없이 깨끗하게 나왔다. 검은 점도 없고, 음식이 붙어 있는 경우도 아예 없었다. 거의 마법 같다. 이걸 더 빨리 몰랐다는 게 너무 바보처럼 느껴진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시간을 날린 걸까.
식기세척기도 손으로 직접 청소해야 한다는 걸 몰랐다. 그래서 수년 동안 세척기를 한 번 돌린 뒤에도, 세척기 자체가 더러워서 그릇이 제대로 안 닦이는 바람에 거의 모든 걸 다시 손으로 한 번 더 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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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밀
댓글
세제가 뭐냐에 따라 필터가 더 미끈거리는 경우도 있는 것 같더라.
참고로 GE 식기세척기 중에는 필터가 없는 모델도 있다. 우리 아파트에 있는 게 그건데, 필터가 없다. 그 라인 전체가 다 필터 없는 시리즈다. https://www.geappliances.com/appliance/GE-Nautilus-Built-In-Dishwasher-GSD3200JBB
이건 TIFU가 아니라 DIFU 같네. 10년짜리 실수라는 뜻으로.
나도 이 글 보고 처음 알았다.
괜찮다. 나는 원래 집에 늘 식기세척기가 있었는데도, 어릴 때 부모님이 그걸 청소하는 법까지 가르쳐주진 않았다. 집을 산 지 이제 4년 됐고, 식기세척기 안에 비워야 하는 트랩이 있다는 것도 사실 Reddit에서 알았다. 아마 지난 1년 안쪽 어느 때였던 것 같다. 최근까지 미루고 있었는데, 엄청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상황을 각오했거든. 그런데 막상 열어보니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그래도 알아내서 다행이다. 갑자기 새 식기세척기를 얻은 기분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