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트비어를 물었다가 Alani를 마신 것이 잘못일까요
저 17살인데, 아주 어릴 때 주요우울장애 진단받았는데 그 영향으로 양치나 머리 빗기, 침대에서 일어나기 이런 것처럼 간단한 일도 못 할 때가 많아요. 상태가 너무 심해져서 온라인학교 다니기 시작했어요
온라인 학교에선 화상수업도 있지만 필수는 아니야. 과제만 하면 되고, 어떤 날은 할 일이 생기게 하려고 일어나서 화상수업 참여하기도 하고, 근데 다른 날은 과제만 해
최근엔 14시간 넘게 자고 오후 늦게 일어나는 게 많았는데 오늘도 그중 하루고, 오후 3시에 일어나 마실 거 찾으러 나왔네
난 냉장고에 루트비어 하나가 보이던데... 할머니 오후에 퇴근하는 날이면 가끔 제게 탄산음료 사다 주시는데, 이번에도 제 것이라고 단정하고 싶진 않아서... 그래서 할머니 방 문 앞에 가서 노크했어요.
할머니가 아주 큰 목소리로 “뭐?“라고 하셨어요. 저는 문 열고 깨워서 미안하다고 한 뒤, 냉장고에 있는 루트비어 마셔도 되냐고 물었어요. 할머니는 된다고 하면서도, 낮잠 잔다고 보낸 문자 봤냐고 화난 듯 물으셨어요. 저는 못 봤다며 미안하다고 했고, 오늘은 휴대폰을 안 봤다고 말했어요.
루트비어 가지려고 냉장고 열었는데 Alani 에너지음료가 보이더군요. 저희 집에서 그거 마시는 사람은 저뿐이라서 제가 마셔도 괜찮을 거라 생각해서 루트비어 대신 Alani 집어 들고 방으로 돌아갔고, 학교 과제를 하려고 했어요
5분도 안 지나서 문 두드리는 소리 들렸는데 쾅쾅거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꽤 큰 소리였어요. 들어오라고 하니까 할머니가 아주 화난 얼굴로 들어오셨어요.
할머니 “Alani 마셔도 된다고 한 적은 없어? 루트비어 마셔도 된다고 했지. 거의 오후 4시인데, 그건 마실 필요 없잖아” 저는 미안하다고 하면서, 마셔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어요. 할머니가 한숨 쉬시고 제 방문 닫으셨네요
저는 울기 시작했어요. 제가 예민한 편인 건 압니다. 몇 분 뒤 할머니 문자 왔어요
“그냥 마시지. 그게 학교 과제 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마시고도 돼. 내가 화가 난 건 아마도, (1) 내가 낮잠 잔다고 말했는데 네가 깨운 거, (2) 오늘 학교 때문에도, 내가 불렀을 때도 다시 일어나지 않은 거 때문인 것 같아. 이제 괜찮아질 거야~ 마셔~
저는 할머니도 우울증을 겪고 계셔서, 누구보다 제 상황을 이해해 줄 거라 생각해서 많이 속상했고, 이렇게 답장했어요.
“(1) 할머니가 낮잠을 잔다는 문자를 못 봤어요. (2) 제가 다시 일어났어야 했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저한텐 그게 어려워요. 제가 노력해 왔고, 항상 과제는 하고 있다는 걸 할머니가 이해해 줄 거라 생각했어요.”
문자 보내고 나니 죄책감이 드네.. 할머니가 제 할머니고 저를 키워 주신 분이라 감사하게 생각하는데 제가 그냥 예민한 십대인 건지 아니면 속상해할 만한 상황이었던 건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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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밀
댓글
둘 다 잘못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크게 속상해할 일은 아닌 것 같고 에너지음료는 좀 줄이는 게 좋겠네요
급한 게 아니었으면 할머니가 자도록 두는 편이 나았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