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기 자욱한 놀이기구에서 진실을 말하면 안 됐던 이유
엥 플로리다 아주 유명한 테마파크 일하던 시절 얘기인데... 마법의 쥐행성 같은 곳이라면 어디인지는 짐작은 할 수도 있겠네? 당시 난 어트랙션에서 일했었는데...
어느 날 손님 몰리는 시간대에 난 로드1 맡음. 휠체어 탄 손님이나 가끔 오는 유명인 태우는 자리였음. 처음엔 다 잘 돌아가는 줄 알았는데 어디선가 타는 고무냄새가 나기 시작하더니 현장이 천천히 연기로 채워지기 시작함.
당연히 놀이기구 중단하고 안내방송하면서 손님들 대피시켰고 곧 매니저 두 분도 급히 내려와서 도움을 주셨고, 매니저분들과 나를 포함한 직원 몇 명이 손님들한테 ‘One Day Free Admission Card’ 나눠줬음 저거 쓰면 돈 안 내고 하루 동안 다시 파크 들어올 수 있던데
대부분 만족한 손님들이었는데 불만 표하는 사람도 꽤 있었어요. 오늘이 마지막 방문일이라던가, 그 파크에 올 수 있는 날이 오늘뿐이었다는 사람도 있었고. 진짜 우리 어트랙션만 타려고 왔다고 말하는 손님도 있었음. 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사과하고 게스트 서비스로 가보라고 안내하는 것뿐이었겠지
그 사이 현장에는 계속 연기가 차올라서 공기 빼내려고 미닫이문까지 열었는데 유지보수팀이 서둘러 도착해서 문제 일으킨 놀이기구 끌어내더군요. 놀이기구 타이어가 망가져서 타기 시작한 거였답니다.
그때 몇 명이 화난 얼굴로 내게 다가와 어이없는 질문 쏟아내기 시작했었는데 그중 앞에 있던 남자가 물었음
남자: 왜 우리를 내보내는 겁니까?!
난 어이없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며 말함
나: 손님, 연기가 보이고 냄새도 나지 않습니까?
남자: 네, 그래서요?!
나: 뭔가 문제가 생긴 거 같고, 이제 이 안에 있는 게 안전하지 않은 거임. 놀이기구도 운행 중단했고요… 😐
남자: 그럼 이거 처리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데요?! ㅋㅋㅋ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매니저 한 명이 달려와 다른 손님들한테 패스 나눠주라고 하더군요. 매니저가 그 사람들한테 뭐라고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손님들은 결국 현장을 떠났죠.
그 뒤 매니저가 다가와서 주의를 줬었음
매니저: 그렇게 말하면 안 됩니다. 그것도 그런 식으로요
나: 그러니까, 뻔히 보이는 사실을 말한 것뿐인걸요?
매니저: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해야죠.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면 안 돼요
나: 매니저님 현장 전체가 연기로 가득 차다니 뭔가 잘못됐다는 게 뻔히 보이는데
매니저가 우리 일이 손님한테 마법을 계속 느끼게 하는 거라고 다시 설명했었는데 설령 실제로 불이 난 상황이어도, 손님한테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이었음. 마법을 유지하려면 손님뿐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도 현실을 부정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었음. 모든 게 괜찮고 평소랑 똑같은 거고, 그저 특별한 마법 효과일 뿐이란 말이야… 😒
손님들이 던진 질문도 답답했지만 눈앞에서 분명 뭔가 벌어지고 있는데 아무 일도 없는 척 계속 웃어야 한다는 기대 역시 ㄹㅇ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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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밀
댓글
난 그 마스코트 테마파크 아닌데 놀이기구 운영자라서 손님 보고 표정 드러낼 수 있는 여지는 좀 더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항상 ‘기술적인 문제로 운행이 중단됐습니다’라고 말하고, ‘곧 재개되기를 바라지만 언제 다시 열릴지는 알 수 없습니다’라고 안내해야 함. 아무리 뻔한 상황이어도 구체적인 내용까지 말해서는 안 됨. ‘어떤 악당이 너무 열심히 설치다가 문제가 생겼고, 지금 어떤 영웅이 수습 중입니다’ 이런 식으로 적당한 얘기 만들어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그냥 기술적 문제라고 짧게 말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음. 손님들이 큰돈 내고 왔는데 모든 일이 완벽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엄청 화를 내니까... 이렇게 대응하면 그 분노가 직원에게 향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상황은 기술적 문제도 아니고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인데 저 매니저가 멍청한 거네
어떤 기계든 충분히 잘못 사용하면 연기 발생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쥐나라나 쥐행성에서 지금까지 아무도 죽은 적 없다는 말이랑 비슷함
직설적이고 빈정거리는 말투가 너무 솔직해서 직장에서 여러 번 지적을 받았어요. 내 경우에는 자폐 특성 때문인가 봄... 눈앞에 뻔히 보이는 일을 사람들이 어떻게 놓치는지 자주 이해를 못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