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 서류를 따로 작성하라고?
친구 한 명이 건설 자동화 회사에서 프로그래밍 일을 하던 때 얘기인데, 회사에는 보통 전기 기술자 3~5명이 전선관과 전선을 설치하고 장비를 연결하는데, 친구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모든 시스템이 서로 연동되게끔 프로그램을 짰다고 함. 작업 장소가 아주 엄격한 안전 규정이 있는 현장이었음
친구는 지가 가져온 캠핑 의자에 앉아서 임시로 만든 책상 위에 노트북 올려 두고, 작은 방에서 작업했음. 회사랑 작업팀이 매일 아침 안전 회의 해야 하고, 회의 끝나면 전원이 FLHA라는 서류에 서명해야 했음
어느 날 현장 안전 담당자가 작은 자동화실에 앉아 있는 친구 보고 FLHA를 작성했냐고 물었더니 그날 아침 작업팀이 작성한 서류를 가리키더라. 그러니까 안전 담당자가 친구 업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니까, 작업팀과 별도로 자기 FLHA를 작성해야 한다고 말함
친구가 자기가 작업 중인 방은 프로그래밍 외엔 이미 공사 끝난 상태고 작업팀과 별도로 적어야 할 위험요소도 없는데 안전 담당자가 안 된다니까 그래도 작성하시라고 했음
그래서 친구가 말 그대로 지시를 따라 하기 시작했네. FLHA에 ‘5단계 안전 점검’ 한다며 지가 앉아 있는 캠핑 의자 검사한 내용 적었더라. 천에 찢어진 부분이 없는지, 리벳이 닳지 않은지, 플라스틱 발에 금이 가지 않은지 점검
그렇게 2주가 지났네 ㅋㅋ 안전 담당자가 다시 찾아와서 FLHA 어케 하고 있냐니까 친구는 지난 2주 동안 쓰던 FLHA 한 뭉치 내밀었대
안전 담당자: 서류 한 장씩 읽기 시작. 친구: 안전 담당자가 종이 넘길수록 표정이 점점 굳어지는 걸 보고 있음. 마지막 장까지 읽은 안전 담당자: 고개 들고 말함
“이제부터는 작업팀 FLHA에 그냥 서명해도 되겠네.. 이런 걸 제가 보관해야 한다는 게 부끄럽네요”
쟤 고개 절레절레 흔들면서 자리 빠져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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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밀
댓글
안전 담당자가 스스로 민망해할 정도로 상황을 이해한 점이 좋네
터무니없는 요구가 결국 제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은 보기 좋네
작은 방에서 캠핑 의자랑 임시 책상 쓰면서 일하는 게 진짜 안전한 건지는 궁금하네
나도 친구랑 비슷한 거 겪은 적 있는데 안전 담당자한테 작업팀 FLHA에 서명하라는 거 서면으로 달라고 했음
이 광활한 다중우주 어딘가에서는 안전 담당자가 떠나는 순간 친구의 캠핑 의자가 무너졌을 것이다. 우주의 놀라운 코미디 타이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