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의 아이 질문에 포유류라고 답했더니
지난 주말, 친한 친구의 딸이 여섯 살 생일을 맞아서 연 어린이 생일파티에 갔는데 친구가 반 아이들 전체를 초대해서 공원에서 게임하고 케이크 먹는 자리 마련했었음 난 긴소매에 무릎까지 오는 원피스 입고 갔는데 이게 나중에 관련이 있음
지난 일주일 동안 업무가 너무 바빠서 하루에 서너 시간밖에 못 잤는데 행사 가기 전에 샤워할 기운은 있었지만 다리털까지 밀 생각은 하지 않았음 ㅋㅋㅋ 숲이 우거진 정도는 아니고 자세히 보면 보이는 수준이었는데 난 원래 신경 안 씀 남편도 신경 안 쓰고, 애들 아니면 다른 부모들도 관심 없을 줄 알았음
간식 놓은 테이블 옆 접이식 의자에 앉아서 다리 꼬고 있는데, 남자애가 한 명 다가와서 나보다는 간식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아서 처음엔 신경 안 쓰다가 잠시 뒤 내 다리를 가리키면서 물어보더군
“왜 거기 털이 있어요?”
난 이런 질문을 받을 줄 몰랐고, 솔직히 유치원생이랑 이 주제로 얘기하고 싶지도 않았어서 “나는 포유류라서 그래”라고만 대답했음. 애는 잠시 헷갈린 표정 짓더니 “알겠어요” 하고는 달려감.
그 뒤에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 애가 부모한테 포유류가 뭔데? 이랬을 것 같고 그 단어를 어디서 들었는지도 설명을 했을 것 같고 얼마 안 지나서 한 아줌마가 성큼성큼 다가와서 자기소개 대신 이렇게 말했을 것 같음
“대체 우리 아들한테 뭘 가르치려는 거예요?”
난 “아무것도 가르치려던 게 아닌데요. 네? 죄송해요”라고 답했음. 그래서 저 아줌마는 남의 애를 자기 방식으로 가르치려던 게 잘못됐다며, 미안해해야지~ 라고 말함
난 곧바로 그런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했는데, 저 아줌마는 애한테 뭐가 옳고 그른지 말해 줄 자리는 내게 없으면서, 자기는 애가 셋인데 매일 빠짐없이 다리를 면도한다며, 그러면서 내게 변명이 뭐냐고 물었더라. 아이들 중 누구의 부모도 아닌 사람은 나뿐이었으니, 아마 애 없다는 걸 꼬집은 것 같네요.
나도 그렇게 대답하면 안 됐을지 모르겠는데 “돌고래처럼 매끈한 피부 유지하시는군요. 그런 에너지가 있다는 게 진짜 대단하네요”라고 말했음. 그리고 그 아줌마가 이어서 무슨 말을 했는지는 거의 못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음.
난 친구를 찾아가 무슨 일인지 설명했고 친구는 내가 그냥 분위기 맞춰줬어야 했냐 아니면 잘못한 게 없는 건지 반반 정도로 보는 것 같았음. 대신 파티 끝날 때까지 그 아줌마랑 애들 피해서 지내 달라니까 난 그렇게 함
이거 나도 어찌 생각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 내가 잘못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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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밀
댓글
님 잘못 아닙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포유류를 배웁니다. 포유류는 새끼를 낳고, 어미의 몸에서 나오는 젖으로 새끼를 먹이며, 몸에 털이나 모피가 있습니다. 인간도 포유류입니다. 사람에 따라 몸의 털을 면도하거나 다듬기도 합니다. 저는 여섯 살과 일곱 살 아이들에게 그렇게 설명했고, 그 어머니가 이상하게 반응하신 거였습니다.
니랑 너 애엄마 잘못 없네. 걍 니 친구랑 그 손님만 빡대가리네
근데 시골 종교적 분위기에서 나온 반응일 수도 있겠네. 인간을 지구상 다른 생물과 함께 분류하는 포유류라는 말을 불쾌하게 받아들인 거 아닐까? 어쨌든 님 잘못은 전혀 없고 그 아줌마는 상당히 이상한 사람이라 신경 쓰지 않는 게 낫지. 서로 아는 친구가 있다는 것도 믿기 어려울 정도
님은 가능한 답 중 유일하게 맞는 답을 하셨네요. 놀라운 점이 있다면, 그런 대답을 한 사람이 아이가 없다는 사실. 진짜 엄마들이 할 법한 대답이었습니다. 상대 어머니분은 그냥 유난스럽게 굴었을 뿐.
니가 잘못한 건 모르겠는데 유머감각 진짜 대박이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