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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대신 노트 한 장을 내민 커플

스무 살 초반쯤으로 보이는 커플이 호텔에 들어와 체크인하러 왔다고 했다. 예약을 확인한 뒤, 예약자 이름이 남자친구로 되어 있어서 그의 신분증과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요청했다. 남자는 신분증과 함께 공책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신분증은 예약 정보와 일치했다. 그래서 종이는 무엇에 쓰는 거냐고 물었더니, 예약에 등록된 카드는 자기 어머니의 카드라서 그렇다고 했다. 그 종이는 어머니가 그 카드를 사용해도 된다고 설명하면서, 자신에게 카드를 요구하지 말아 달라고 적은 편지라는 말이었다.

편지는 굳이 읽어보지도 않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는 투숙객 본인 명의여야 한다는 호텔의 체크인 정책을 간단히 설명한 뒤, 둘 중 한 사람의 이름으로 된 카드를 다시 요청했다.

그러자 여자친구가 끼어들어 편지에 카드 명의를 요구하지 말라고 적혀 있다고 했다. 나는 그 편지는 이 상황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카드를 다시 내 달라고 했다. 남자는 편지를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고 계속 고집했다.

그쯤 되니 나도 궁금해져서 편지를 열어봤다. 펜으로 쓴 손글씨였는데, 글씨가 너무 엉망이라 몇몇 단어는 간신히 알아볼 정도였다. 게다가 흘려 쓴 글씨도 아니고 전부 인쇄체였다.

내용은 대략 이랬다. 자기 아들과 여자친구가 전국을 여행 중인데 둘 다 신용카드가 없어서, 방값을 어머니의 카드로 결제하고 있으며 이 편지는 내가 그런 방식으로 객실 요금을 받도록 허락하는 글이라는 내용이었다. 끝에는 서명도 없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편지를 읽어도 달라지는 건 없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객실 요금을 결제하고 싶었다면 미리 호텔에 전화해서 결제 승인 양식을 등록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남자는 그렇게 하려면 호텔이 몇 곳일지도 모르는데 매번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냥 편지 내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나는 두 사람에게 둘 중 한 명의 신분증과 일치하는 유효한 카드를 내지 않으면 예약을 취소하고 나가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편지를 돌려줬다. 두 사람은 매니저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지만, 매니저가 와도 그 편지는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답했다.

그러자 여자친구가 마지막 수를 꺼냈다. 이 편지를 받아들이지 않고 체크인을 거부하는 것은 불법이라면서, 체크인시켜 주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 내가 그러라고 하자 실제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직접 경찰에 전화해 주겠다고 하자 겁먹은 표정은 더 뚜렷해졌다.

그때 남자가 나더러 꺼지라며, 내가 자신과 여자친구를 길거리에서 자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나는 그건 본인들이 스스로 그렇게 만드는 것이라고 답하고 좋은 밤 보내라고 했다. 예약을 취소한 뒤, 이 커플이 다시 찾아오거나 전화할 경우를 대비해 프런트 데스크 직원들과 매니저들에게 상황을 이메일로 알렸다.

이런 수법이 처음 생긴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직접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어쩌면 이 방법이 실제로 누군가에게 통했기 때문에 시도한 건지도 모르겠다.

댓글

(점수 3) 적어도 누군가 그 편지를 유효한 서류에 가깝게라도 검토해 주길 바랐다면 서명은 있어야 했다. 요즘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나 싶다. 서명이 없으면 유효하지 않거나 법적 효력이 없다는 건 계약의 기본 아닌가.

(점수 2) 솔직히 매니저를 불러 달라고 했을 때 나라도 조금 장난을 치고 싶었을 것 같다. “그럼 경찰을 불러서 범죄가 발생했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다음에 이야기하죠.”라고 말한 뒤 전화를 집어 들고, 둘이 도망가는 모습을 지켜봤을 것 같다.

(점수 2) 자기 아이가 어떤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사유서를 초등학교 3학년이 직접 쓴 것처럼 보인다.

(점수 2) 그 사기 편지는 분쇄기에 넣었는지 알려 달라.

(점수 2) 공정하게 말하면 신용카드 결제 승인은 실제로 존재하는 절차다. 다만 보통은 사업자들이 이용하고, 예약 당일이 아니라 예약 전에 이메일로 보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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