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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수욕조 앞 메모가 감사 대상 문서가 된 이유

한동안 화학 시험실 일한 적 있는데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곳은 ‘게시 문서 목록’이라는 걸 만들어 두는 경우 꽤 흔함. 절차서나 작업 지침서 같은 문서가 실험실에 게시되면 목록에 추가하고, 새 버전이 나오면 실험실에 붙어 있는 문서도 함께 교체하는 그런 방식

근데 우리 실험실엔 진짜 오래된 온수 욕조 하나 있었는데 너무 낡아서 온도 조절기 각 단계가 몇 도인지 표시되어 있지도 않고 1부터 10까지 숫자만 적혀 있었음 그래서 누가 새로운 단계로 쓸 때마다 온수 욕조 앞에 붙어 있던 포스트잇에 실제로 몇 도까지 올라간 건지 적어 두곤 했음

내부 감사가 예정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 포스트잇이 기술적으로는 ‘게시된 문서’에 해당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 메모를 게시 문서 목록에 추가한 거지. 재밌을 것 같아서 제목도 아주 길게 쓰고

대략 ‘Thermo 브랜드 온수 욕조 온도 조절기 단계의 섭씨 온도 환산표’ 이런 제목이었는데 감사관이 그거 보더니 나보고 “똑똑한 척하면서 꼬투리 잡네” 이러더라

댓글

(추천 12) 직장 내 표지판은 재미있는 일이 될 수도 있음. 예전에 출입이 통제되는 전자제품 보관 구역에서 일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통제가 점점 느슨해졌었음. 그러다 결국 비싼 물건 하나가 사라짐. 관리자들은 누가 출입할 수 있고 누가 출입할 수 없는지를 두고 난리쳤고, 모두가 자신에게 출입 권한을 줘야 하는 이유를 주장하고 있었음. 그래서 나는 새 표지판을 붙임. **관계자 외 출입 금지** 아무도 그 표지판에 대해 말하지 않은 채 일주일이 지남.

(추천 2) ‘참고용으로만 사용’ 이런 문구 있던데 최고급 도장임

(추천 2) 저는 편집자인데 감사관님이 틀렸네요. ‘아주 훌륭하게 똑똑한 척하는 중’ 이어야죠.

(추천 1) 예상치 못한 결말이었네. 제목과 ‘화학 실험실’이라는 말을 보고 아주 불길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고등학교랑 대학 1학년 때 화학 실험실 사고를 꽤 많이 겪어서 그런가

(추천 1) 똑똑한 척하는데 아무 문제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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