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문을 열고 이웃 정원을 봤다는 이유로 욕을 먹었다
오늘 이웃하고 좀 황당한 대화 나눴어요. 먼저 상황 설명하면, 저는 31살 남자고 다세대 건물 살고 있는데, 주방 창문 바로 맞은편엔 다른 집이 있고, 두 건물 다 뒤뜰에 정원 있음
주방에서 맞은편 이웃 정원이 보이는데 인정하자면 꽤 괜찮음 몇 달 전부터 고양이 한 마리랑 같이 살고 있는데 이 고양이가 창턱에 앉아서 새 구경하는 거 좋아함 밤에는 박쥐까지 봄 그래서 지금 모든 창문에 고양이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장치를 해놨고, 날씨 따뜻한 밤에도 창문을 열어두고 잤다.
난 신선한 공기 좋아하고 더운 거 싫어해서 따뜻하고 집에 있는 날이면 주방 창문 거의 계속 열어두고 발코니 없는 집이라 가끔 창턱에 앉아 커피 마시고, 출근/외출하기 전에 이메일 확인하면서 잠깐 쉬기도 하고
오늘 아침도 평소보다 몇 시간 일찍 나가야 해서 첫 커피가 정신 차리게 해주길 기다리며 버티고 있는데 맞은편 정원에서 이웃이 소리쳐대더군요. 아침엔 창문 한 번쯤 닫을 수 없냐는 말이었네요 몇 초가 지나서야 무슨 말인지 알아차리고 무슨 문제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얘는 딱 이렇게 말함
“니 창문은 매일 아침 열어놓고 니가 창턱에 앉아서 우리 이쁜 정원 즐기고 있잖아!”
나는 웃으면서 아침부터 남의 신경을 건드리는 것보다 더 나은 취미를 찾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그러자 그는 완전히 흥분했다. 창문을 이렇게 자주 열어두는 건 정상이 아니고, 좀 더 자주 닫아야 하며, 그 정원은 내 것이 아니고, 나보고 직장을 구하라고 했다. 그 밖에도 뜬금없는 욕설과 은근히 위협하는 말이 조금 더 이어짐
난 걍 얘가 뭐가 문제야? 자기 일이나 신경 쓰라고 했어. 자기 세상이 방해받는다고 내가 뭘 바꾸지는 않을 거라고 했어. 난 진짜 누구한테도 피해 안 주려고 큰 음악을 틀지도 않고, 그곳에 알몸으로 앉아있지도 않아. 휴대폰 보고 있을 뿐이고 이웃을 쳐다보지도 않아.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지. 근데 그냥 내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거슬리는 모양이네
좀 더 설명하자면, 저분은 맞은편 집 별채에 부모와 같이 사시는 아들인 거 같아요. 지난 주말엔 저분이 아버지랑 큰소리로 다투는 걸 우연히 듣게 되었어요. 아마 제가 실업자고 이웃을 엿듣는다는 식의 말도 했었던 것 같아요. 걔가 집구석에서 통제받고 갇혀있는 거 같아서, 사실 좀 안쓰러웠음. 그래도 외부인인 내가 뭣하러 욕하고 위협하는 건 별개의 문제야.
아무튼 이제 새로운 개인 과제가 생겼다. 그가 자기 아름다운 정원에 나와 있는 걸 볼 때마다 주방에서 아주 상냥하게 인사하는 것이다. 그 정원은 내가 완전히 공짜로 감상할 수 있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평범한 작은 정원임. 잔디랑 나무 한 그루, 화단 하나가 전부. 우리 고양이가 더 많은 볼거리를 즐길 수 있도록 새집 몇 개 달아두면 좋을 것 같음. 물론 마지막 말은 비꼰 거 맞음.
요약: 이웃은 내가 주방 창문 열어두고 자기 아름다운 정원을 바라보는 게 뭐냐고 소리 질러서 나한테 직장 구하라 했어요. 집에서 힘든 일 겪고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저 사람 때문에 창문 닫을 생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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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밀
댓글
자전거 헬멧 쓰고 창문 핥기 시작해보세요
보안 카메라 시스템 설치해서 직장에서도 그분의 아름다운 정원을 즐기고 있다고 말해보세요
걔한테 직장 구하고 남의 창문 들여다보는 거부터 그만두라 하세요
이젠 저 정원이 보고 싶어졌네
그 정원 올려주세요 우리도 같이 감상할 수 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