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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코 직원이 아니라는데 몇 번을 말해야 했을까

좀 긴 이야기라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번 주말에 제일 친한 친구가 집에 놀러 와서, 예전에 있었던 일 꺼내길래 여기에도 써 보겠습니다. 지금은 해외 살고 있지만, 이 일은 영국에서 벌어졌습니다.

당시 난 괜찮은 호텔에서 컨시어지로 일하고 있었는데, 테스코 직원 유니폼 느낌의 짙은 남색이었음. 우리는 Championship랑 Football Manager에 푹 빠져 있었고, 술, 배달 음식으로 주말 내내 게임할 계획 세운 상태였음.

당시 여자친구였고 지금은 아내가 된 두 사람은 케임브리지에서 여자들끼리 주말 보내기로 했는데 난 업계에서 일해서 걔네를 아주 좋은 호텔로 예약해줬음. 제일 친한 친구는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쉬고 난 금요일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늦은 근무하고 쉬기로 되어있었음

근데 내가 일하던 호텔에 목요일 늦은 밤 도착하는 항공편 있었는데 손님들 맞이하는 거 도와줘서 나도 늦게까지 남았었음. 다음날 몇 시간만 나와서 손님들 떠나는 거 도와주면 정오에 퇴근해도 된다고, 좋은 상사가 말해 줬었음. 당연히 난 그러겠다고 했지

일을 마친 뒤 친구에게 전화했다. 친구는 내가 추가 근무를 하게 된 줄 알고 있었다. 나는 이미 끝났으니 남자들끼리의 주말, 그러니까 Football Manager 주말을 시작하자고 했다.

우린 내가 타던, 꽤 튜닝된 것 같은 차 타고 테스코로 향함. 난 아직 호텔 유니폼 입고 있었는데 두 사람은 온갖 정크푸드를 장바구니에 쓸어담음. 전자레인지에 넣을 수 있는 건 뭐든 담아버렸네

그러다 우리가 전자레인지용 버거도 몇 개 사갈지 얘기하고 있을 때, 한 아줌마가 다가와서 어떤 상품이 어디있는지 물었어요.

“죄송합니다만 저는 여기서 일하지 않아요.”

“일하시잖아요. 명찰이 보이는데요.”

난 퇴근하고도 명찰 떼지 않은 걸 잊고 있었네

“아 죄송해요. 명찰 떼는 거 잊고 왔네요. 그런데…”

“그럼 문제가 뭐예요?”

그때 상황을 알아챈 친구가 내게 말해 줌

"아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곳에 물건 있었어요. 맥주코너는 어디죠? 아 괜찮아요. 저기 보이죠.”

친구는 우리 카트를 잡고 맥주 코너 쪽으로 가버리더라고. 그러면서 낮게 웃고 있던데 진짜 짓궂은 사람 같았음

난 얘한테 다시 말했네

“제발요... 저 여기서 일 안 해요. 그러니 도와드릴 수 없어요.”

그 말하고 나도 자리 피하려고 했는데 여자가 내 소매 잡더니 당장 내 매니저랑 얘기할 거라면서 내 매니저가 누구냐고 묻더군

난 “나 여기서 일 안 하는데요. 그리고 나를 만지지 마세요” 이러고 그 뒤로는 욕도 좀 더 나옴

난 친구 따라 맥주 코너로 가서 우리 술 잔뜩 담고 난 친구한테 욕하면서도 계속 웃음

이제 계산대에 줄 설 차례였는데 당시 스캔앤고 이용하기 전이라 직접 계산해야 하는 상황... 계산대 세 군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아까 그 아줌마가 나 계속 노려보고 있는 게 보임

저 아줌마랑 남편이 우리보다 먼저 계산하고 나갔는데, 남편이 카트 끌고 와서 우리가 물건 싣고 계산할 때 바로 옆에 세우더군요. 아줌마가 우리 옆 지나가면서 뭔가 중얼거리긴 했지만, 저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남편이 나한테 말했어요

“니가 대체 누구길래 내 마누라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

난 “나 여기서 일 안 하니 그냥 가요” 이랬는데 ㅋㅋㅋㅋ 실제로는 그거보다 훨씬 더 쌍욕을 섞어서 말했음

그래서 남편은 주변에 사람들이 있으니까 니가 운 좋은 줄 알라느니 뭐라느니 계속 말했어요

상황이 커졌다는 걸 알아챈 친구가 남편을 향해 소리쳤네

“이 사람은 여기서 일 안 한다고? 이 멍청한 사람아.”

친구도 그 뒤로 몇 마디 욕을 더 했었는데

그제야 남편이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테스코 계산대 직원이 내 유니폼이 테스코 직원들 것과 비슷할 뿐, 나는 여기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확인해 주니까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근데도 저 아줌마는 당직 매니저인지 매니저인지 하는 놈을 데려오더군요. 그리고 내가 이런저런 말했다며, 이런 사람은 여기서 일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한참 따지더군요. 남편은 계속 내 아내한테 이 사람은 여기 직원이 아니라고 하더만, 아줌마는 안 들었어요. 얼굴은 화가 나서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는데

매니저도 내가 테스코 직원이 아니고, 자기들은 나를 모른다고 설명하더니... 그제야 저 여성분도 상황을 이해한 듯

난 말했지

“이걸 대체 몇 번이나 말해야 합니까?”

그래서 여자가 난리쳤네

“내가 처음 물었을 때 그렇다고 말했어야죠!”

친구는 결국 그 여성에게 그만 투덜대라고 하고, 내가 이미 여러 번 말했다고 했다. 우리는 차로 향했다. 그 뒤에도 그 여성은 매니저에게 계속 불평하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인데 꽤 재밌었던 경험입니다. 사람이 틀린 상황에서도 끝까지 내가 옳다 믿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일도 있었죠.

그래도 그 주말을 망치진 않았네. 무엇보다 자기가 오해를 만들어놓고 난리치는 거 깨달은 뒤의 그 남편 표정이 젤 볼만 했음

댓글

어떤 인간들은 어리석은 주장을 한 번 하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고 함

근데 진짜 지나친 애들도 있음

그 자리에서 재치 있는 말을 떠올릴 수 있었을진 모르겠는데, 마지막에 남편한테 이렇게 말할 수도 있었겠죠? “아내분 병원 데려가 보세요. 청력에 문제 있나 기억력에 문제 있나 봐요.”

저 남자 뭐 저런 일 아내한테 수없이 겪은 거 아닐까

숨어 다니면서 중얼거리는 거, 사람 매섭게 노려보는 거, 교회는 분열하고, 가족은 계속 전화하는 거, 크리스마스는 망했다는 식으로 구는 사람들... 누군가 매니저를 데려와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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