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들과 파티를 원했는데 엄마가 사고 싶던 선물을 받았다
이런 얘기가 철없고 버릇없게 들릴 수 있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사정을 설명해야 할 것 같아
16번째 생일, 처음으로 크게 챙기는 생일이라 몇 달 전부터 계속 계획하고 있었는데 사실 받고 싶은 선물은 딱히 떠오르지 않더라 필요한 건 이미 기본적으로 갖고 있던 거였으니까 쓸 만한 휴대폰도 있고 좋은 자전거도 있었는데 내가 제일 기대한 건 친구들이랑 같이하는 생일 파티
원래는 친구들 다 부르는 큰 파티 하고 싶었는데.. 한 번의 행사에 부모님이 저렇게 돈 쓰시는 건 좀 마음에 안 드니까.. 그래서 부모님께 제일 친한 친구 5~6명이랑 파티하고 싶고.. 그게 나한테 진짜 중요하다고 솔직하게 말했어요
근데 오늘 아침 다이슨이라고 적힌 커다란 원통형 상자 보고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르겠네 ㅋㅋㅋ 우리 부모님 성격 생각하면 분명 무슨 문제 있을 거라고 이미 짐작했는데 그래도 일단 평소처럼 하루를 보내 버림
학교에 가서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내가 부탁한 적도 없고 관심을 가져 본 적도 없는 비싼 선물이 계속 신경 쓰였다. 집에 돌아와 엄마와 함께 상자를 열었다. 기뻐하는 척하는 게 너무 어색한데 철없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진 않더라
그때 엄마가 말했죠. “니가 좋아해서 진짜 다행이야. 근데 너도 알다시피 네가 말한 작은 파티는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
뭐래요? 엄마랑 싸울 용기도 안 났어요. 어차피 엄마가 상황 전체를 내 탓으로 돌릴 것 같았거든요. 근데 진짜 내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까 너무 황당했음 부모님이 내 생일을 계속 기대하게 해 놓고 내가 원한 건 전부 무시함 내가 평소 헤어스타일링에 관심 없는 거 알면서도 엄청 비싼 헤어스타일링 기기를 사 줌
정말 비싸거나 의미 있는 선물을 주고 싶었으면 그냥 솔직하게 말해 줬음 좋겠다. 난 두 번째 닌텐도 스위치나 비싼 미술용품 같은 걸 몇 달째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그런 걸 말해 줬으면 적어도 내가 관심 있는 물건이라는 건 알았을 텐데
근데 엄마가 다이슨 에어랩 직접 써 볼 생각에 너무 신나서 말하기 시작하면서 왜 이런 선물을 샀는지 금방 알게 됨
정리하면 부모님이 내가 원한 건 전부 무시하고 내 취향과는 정반대인 비싼 선물을 사서 파티 준비해야 하는 부담 피하려고 했던 거임. 게다가 그 선물은 엄마가 갖고 싶어 하던 물건이었으니
이런 사소하고 긴 하소연 읽어 주신 분께 고맙습니다 별일 아니고 나도 어떻게든 지나갈 거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실망한 마음 때문에 생일 전체가 망가지는 기분이라 어디엔가 털어놓고 싶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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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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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 마음이 드네 니가 원하는 생일 파티 하길 바라 나도 부모님과의 관계가 안 좋은 편에서 자랐는데 성인이 된 뒤에는 내 생일은 어떻게 보낼 건지 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서 꽤 좋았음 이제 2년만 더 버텨
어느 해에 작은 아파트에 둘 진공청소기를 사고 싶다고 부모님한테 말한 적 있음. 당시 나 진짜 우울하고 돈도 거의 없고 집에서 쫓겨날 상황을 마주하고 있었는데 크리스마스에 뭘 원하냐고 물어서 중고라도 괜찮으니 플레이스테이션 갖고 싶다고 말함. 그런데 크리스마스 당일 받은 건 700달러가 훨씬 넘는 대형 스탠드형 진공청소기였고 플레이스테이션은 없었음. 고마워하지 않는 사람처럼 안 보이려고 애썼지만 그 물건은 작은 아파트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했음. 부모님이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할 수도 있고 이기적이거나 완벽하지도 않겠지만 네가 속상해한 건 당연함. 다른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최대한 빨리 팔고 그 돈으로 네가 원하는 걸 사는 게 좋겠다
이번 일은 부모님이 진짜 잘못한 거 맞아요. 그리고 니 엄마는 약간 자기중심적인 사람 같아요. 미안해요. 그래도 생일 축하해요.
네 잘못 아님. 부모님과 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서로 다르다는 걸 알아가는 거 같아요. 어른이 된 뒤에는 경험과 예술을 중요하게 여기는 자신의 기준을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습니다.
그냥 팔아서 스위치를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