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프링클러에 젖었다며 보상을 요구한 손님
이런 일 겪고나면, 세상엔 보상받아내는 일도 스포츠인줄 아나보다 싶어집니다. 오늘 소개할 분은 ‘스프링클러 씨’ 입니다.
막 배달된 결혼식 장식으로 가득 찬 카트 밀어 옮기려던 순간, 스프링클러 씨가 다가오더니 들고 있던 신발 상자(?) 바닥에 세게 내려놓더군요. 그러고는 선언하듯 말했어요. "저 지금 기분이 아주 안 좋습니다!"
걔가 방금 스프링클러 물을 맞은 게 분명한데 왜 이러는지, 이미 길고 고된 저녁 근무가 한창이라 쓸 감정의 여유가 별로 남아 있지 않던데, 그래서 난 걔가 어디까지 가려는지 보려고 최대한 아무것도 모르는 듯 태연하게 굴었음
걔 말에 이어서 난 간단히 물어봤어. "뭔데요? 뭔 문제야?" 그러니까 눈 좀 크게 뜨더니, 일부러 자기 몸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지. "보시다시피 제가 아주 흠뻑 젖었잖아요!"
난 긴장 풀어보려고 작게 웃음 "아 그렇군요~ 밖에 비가 좀 온 줄 알았네요~ 어떻게 된 일인가요?"
걔는 입을 오므리면서 다시 강조함. "저쪽에 있는 *지정 보행로* 걷고 있었는데요. 그다음 순간 보니 온몸이 젖어 있더라고요!"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 "아 진짜 아쉬워요.."
걔 잠시 말을 멈췄네. 내가 뭔가 더 말해주길 기다리는 눈치였는데 난 눈을 맞춘 채 아무 말도 안 했더니 쟤가 다음 수 꺼내더라 "그래서요! 저한테 뭘 해주실 건가요?"
'아하하. 하, 하. 그러시군요.' 속으로는 저 사람 앞에서 그냥 웃어버리고 싶었는데, 난 연기 완전 안 깨진 채 되물음 "근데 저게 뭔 상관이야? ㅋㅋㅋ"
걔는 어리둥절했음. 그러더니 화를 내면서 말함 "당신들 스프링클러 때문에 젖었다고요!!" 난 설명함 "그거 알겠는데요. 다만 스프링클러는 자동으로 작동하는 겁니다."
걔는 더 화가 난 목소리로 쏘아붙임. "그게 뭔지는 *상관없어요*! 이건 *제 잘못이 아니라고요*!" 난 여전히 걱정스러운 태도를 유지하며 대답함. "물론 손님 잘못이라고 말한 적 없어요. 스프링클러가 타이머에 맞춰 작동하는 거니까요. 누군가 일부러 손님을 젖게 만든 건 아니고요."
얘는 이제 나랑 대화하는 것 자체에 지친 듯 소리쳐버림 "그럼 제가 이런 꼴로 그냥 돌아다닐 생각입니까? 아침 식사라도 내놓을 생각은 없어요?"
난 끝까지 태연한 태도로 다시 말했지. "죄송하지만, 아직도 저 두 가지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가 안 가서요."
그제야 더 이상 여기서 얻을 게 없다는 걸 깨달은 듯했고 그리고 마지막 수 꺼내심 "매니저랑 얘기하려면 어케 해야 합니까?"
나는 기꺼이 명함을 건네주고 매니저들은 아침에 돌아온다고 알려줬더니, 명함 낚아채더니 발을 쿵쿵 구르면서 자리 떠남
난 이거 커뮤 보고서에 기록하고, 그래도 매니저 중 한 분한테 따로 얘기해봤었는데 아무것도 안 준다고 하니까 매니저 대답은 이랬음. "잘했어요!"
참고로 그날 저녁엔 같은 시간에 공식 행사 두 건 열리고 있었는데 잘 차려입은 사람들 수백 명이나 호텔 곳곳을 오갈 때 그중에도 숙박 안 하는 사람도 많았음. 그런데 스프링클러 씨는 객실을 가진 투숙객이었고 간단한 폴로 셔츠에 청바지
그날 밤 물에 젖은 사람이 얘밖에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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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밀
댓글
[추천 8점] 아침 식사가 몸을 다시 말려주는 건가요? 그 능력은 어디서 배워서 그래요?
[추천 5점] 객실에 수건이 부족하시면 더 가져다드릴 수 있다고 안내하면 됐을 것 같은데요
[추천 5점] 걔 스프링클러 피할 수가 없냐는 말은 진짜 ㅈㄴ 안 믿김
[추천 5점] 그 사람도 상관관계에는 관심이 없었고, 인과관계만 따지고 있었던 거 같아요. 마지막에는 매니저가 상당한 보상까지 제안하기를 바랐던 거 같네요.
[추천 3점] 스프링클러가 얼마나 높이 물을 뿌리나요? 무릎 아래만 젖었으면 이해하겠는데, 누워 있지 않았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었다는 말은 믿기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