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문을 지나온 뒤, 주변이 조금씩 달라졌다
원래 이런 일 믿는 사람 아님. 근데 한 달 전부터 주변이 다 달라진 느낌이라 점점 미칠 듯... 집 근처 숲에 납작한 돌 쌓아 만든 원형 석문 하나 있었는데 누가 설치한 예술 작품인 줄 알았음. 근데 이제는 그것도 확신할 수 없게 됐는데
그 앞을 몇 번 지나치기만 하다가 어느 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때부터 내가 알고 있던 것과 현실 사이에 완전히 다른 부분이 생겼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주유소가 눈에 들어왔다. 자주 다니는 길이라 새로 생겼거나 내가 못 보고 지나친 줄 알았는데.. 새 건물이 아닌 거였음. 페인트도 일부 벗겨져 있고 벽 한쪽엔 덩굴까지 자라고 있었음.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기도 했음.
기억이 잠깐 어긋난 거구나 싶어 집에 와서 모자 걸어두려는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파란 모자가 있고, 원래 잘 안 쓰던 모자 하나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음. 난 분명 그 자리에 흰 모자가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임. 방 전체 뒤지고 옷장도 전부 확인했음. 난 물건 흩어놓는 편도 아닌데 불과 2주 전에 옷장 전체 정리하기도 했는데
물건 살펴보는데 이상한 거 더 발견함. 본 적 없는 케이블 생겨 있고 내가 갖고 있던 책 대신 한 번도 소유한 적 없는 책이 꽂혀 있었음. 전부 아주 사소한 변화였음. 여기저기 한두 개씩 바뀐 정도라서,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했었는데
그러다 지하실에서 새로운 수납공간을 발견했다. 나는 세탁을 하러 지하실에 자주 내려갔고 이 집에서 몇 년째 살고 있었는데, 계단 바로 아래의 원래 빈 벽이 있던 자리에 작은 식료품 저장실 같은 공간이 생겨 있었다. 크기도 크지 않은 작은 방이었다. 어머니가 그 안에서 뭔가를 가져오라고 해서 처음 알아챘음. 우리는 원래 지하실에 음식 보관하지 않는데, 안에는 통조림이 몇 개 채워져 있더라고.
아버지가 만든 건가 싶어서 물어봤는데 부모님이 새로 생긴 게 아니라고 하셨음. 내가 잘못 기억하는 것 같아서 언제 설치했는지도 물어봤는데 집을 지을 때부터 있었다는 대답이 돌아왔음.
진짜 이상하다고 느낀 건 친구들이랑 얘기한 뒤였는데 우리 모임엔 예전에 토마스라는 지인이 있었음. 대학 진학하면서 몇 년 전에 모임을 떠나버린 사람인데 친구 중 누구도 토마스를 들어본 적 없다고 함. 걔 몇 년 동안 우리 모임에서 꽤 중요한 사람이고 키 크고 마르고 인상이 아주 뚜렷한 사람이라서 그래도 성격도 상당히 거칠고 정치적 견해랑 여러 관점이 부딪히면서 모임을 떠나긴 했지만 크게 싸운 건 아니었음
난 얘랑 같이한 파티랑 모임 이런 거 세세한 장면 다 기억하고 있는데 혹시 다들 짜고 장난치는 건지 확인하려고 친구들한테 한 명씩 따로 물어봤는데, 토마스 같은 일 두고 왜 장난을 치겠냐. 마치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지워버린 듯
내가 미쳐가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밖에 나갈 때마다 일주일에 몇 번씩 내가 기억하는 거랑 달라진 작은 것들 발견함. 이런 얘기하면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 테니 그냥 무시하려고 했었는데 날이 갈수록 그렇게 하기가 어려워짐. 조만간 다시 그 석문으로 가볼까 생각 중임. 저 장소에 뭔가 달라진 점이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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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밀
댓글
[추천 126] 음.. 우리 타임라인에 온 걸 환영해요 이 타임라인이 꽤 엉망이긴 했지만 우리는 이제 모든 걸 뒤집어보려고 준비 중이에요 님이 여기 온 게 무언가를 가지고 오려고 하는 거겠죠
[추천 53] 돌아가서 이번에는 석문 반대 방향으로 걸어 지나가 봐요
[추천 24] 토마스 본인임. 나는 당신도, 그 돌문도 기억이 안 남
[추천 11] 현실이 바뀐 것 같은데?
[추천 8] 형편없는 단편소설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