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가 어디 있냐며 나를 몰아세운 남자
몇 년 전 일이었는데 대단하거나 격한 사건은 아니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네요
어느 늦은 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 테스코에 갔다. 영국에서는 그날이 공휴일도 아닌데 어쩐지 블랙 프라이데이가 행사처럼 자리 잡고 있다. 매장 안은 조용했고, 사람도 몇 명 없었다.
나는 티셔츠 위에 단추를 풀어 둔 캐주얼 셔츠를 입고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가죽으로 된 남자용 숄더백을 메고 있었음. 테스코 직원 유니폼은 대체로 파란색 상의인데, 난 분명 파란 셔츠를 입지 않았는데
대형 스마트 티비를 홍보하던 진열대 앞을 지나가는데, 진열대는 이미 텅 비어 있었고, 한 남자가 나한테 다가와서 처음부터 난리였음
난 그런 상황이 되면 엄청 긴장하는 편이라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려 했는데 저 남자가 내가 무시하지 못하게 앞으로 이동해서 내 앞을 막음
“이봐요, TV가 다 어디갔어요?”
걔는 빈 진열대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난 그냥 저 사람이 세일 중인 티비가 더 있냐고, 매장 안에 티비 파는 곳이 어디냐고 묻는 줄 알았어서 티비가 있을 것 같은 위치를 알려줬음
“아니 여기 있던 거 말이야. 뒤에 더 있는지 가서 확인해봐”
말투에도 깔보는 기색이 있고, 당연히 내가 원하는 걸 가져오라는 듯한 태도도 느껴졌는데 그제야 나는 이 남자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직원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림
처음엔 어이없었지만 도와주려던 마음이 조금은 있었는데, 특가 상품에 정신이 팔린 데다 혼란스럽고 무례한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깨닫자 그 마음이 사라지고 난 고개만 젓고 반대쪽으로 걷기 시작함
저 남자가 뒤에서 계속 소리쳤는데, 다행히 나한테는 다행이고 저 남자한테는 다행이 아니었겠지만 진짜 직원 한 분이 나타나서 저 사람을 상대해 주셨어요
근데 저 남자 슈퍼마켓 가본 적은 있긴했을까요..아니면 집밖으로 나와본 적이나 있었을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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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밀
댓글
다음에는 아이를 데려가듯 손잡고 직원에게 데려가면 되지. 무례한 손님 눈 똑바로 바라보면서 동시에 직원 가리키는 식으로 말이지.
돌아서서 쟤 눈 똑바로 바라보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 자신을 보라고 말하면 됨. 내 옷 어디 보고 내가 여기서 일한다고 생각했냐고 물어봐도 되고, 내가 직원이었는지와 상관없이 누구한테 소리 지르는 건 무례한 거고, 누군가 도움이 필요하면 고함부터 칠 일이 아니라고 말해도 됨
“너 같은 쓰레기 같은 놈한테는 안 팔아요.”
그냥 창고에서 방금 돌아온 사람처럼 행동하면서 “죄송하지만 품절됐습니다”라고 말했어도 됐을 것 같은데
아마 망상에 가까운 거였나 봄.. 예전에 대형 매장에서 일해본 적 있는데 티비 같은 거 진짜 빨리 팔더라.. 첫 두 시간 안에 없어지는 경우도 있었음.. 영국도 그 정도까지인지는 모르겠는데 미국은 수요가 높은 상품을 두고 실제로 몸싸움이 벌어지는 것도 본 적 있음. 전자제품이나 소형 가전은 대개 가장 수요가 높은 물건에 속함